[피크 챌린지] 사냥보다 양털 깎다가 더 오래 머문 게임, 마비노기

폭풍같은주황호랑이31281

[피크 챌린지] 사냥보다 양털 깎다가 더 오래 머문 게임, 마비노기

[넥슨 피크 포스트 챌린지 참여 중]

https://peak.nexon.com/post/2307

밤늦게 던바튼 광장에 서 있으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딱히 한 건 없는데 왜 두 시간이 지났지?’

보스를 잡은 것도 아니고, 좋은 장비를 얻은 것도 아닙니다. 가방을 정리하다가 악기를 한 번 연주하고, 길드원이 지나가기에 잠깐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러다 은행에 맡겨둔 재료가 생각나 생활 스킬을 조금 올렸고, 결국 처음 하려던 일은 시작도 못 했습니다.

보통 게임이라면 시간만 날렸다는 기분이 들 법한데, 마비노기에서는 그런 날도 이상하게 아깝지 않았습니다.

제가 지금도 장수 게임으로 추천하고 싶은 넥슨 게임은 마비노기입니다.

오래된 게임이라 처음 접하면 낡아 보이는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이동이나 메뉴가 바로 익숙해지지 않을 수도 있고, 해야 할 일이 많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만 지나면 이 게임이 오래 살아남은 이유를 조금씩 알게 됩니다. 마비노기는 강한 캐릭터를 만드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임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게임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첫날 목표는 전투였는데, 실제로 한 일은 아르바이트였습니다

처음 마비노기를 시작했을 때는 판타지 전투 게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검을 들고 던전을 돌면서 빠르게 강해질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티르 코네일을 돌아다니다 보니 NPC가 부탁하는 아르바이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물건을 전달하고, 재료를 모으고, 시간에 맞춰 다시 찾아가는 단순한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초반 자금을 모으려고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지나자 보상보다 출근 시간을 더 신경 쓰고 있었습니다. 아르바이트 시간을 놓치면 괜히 하루 계획이 꼬인 것처럼 느껴졌고, 필요한 재료를 미리 가방에 챙겨놓기도 했습니다.

다른 게임에서는 빠르게 지나칠 초반 마을이 마비노기에서는 생활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같은 길을 걷고, 익숙한 NPC를 찾아가고, 양털과 나무 같은 평범한 재료를 모았습니다.

전투를 하지 않았는데도 캐릭터가 조금씩 자라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이런 속도가 답답한 사람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오히려 부담이 적었습니다. 매일 큰 목표를 달성하지 않아도 게임을 했다는 느낌이 남았습니다.

접었다가 돌아와도 기억나는 장소가 있었습니다

오래된 온라인게임에 복귀하면 대개 메뉴부터 낯섭니다.

마비노기도 몇 년 쉬었다가 돌아왔을 때는 모르는 기능과 아이템이 많이 늘어 있었습니다. 가방에는 용도를 기억하지 못하는 재료가 쌓여 있었고, 제가 왜 이 스킬을 올렸는지도 잘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티르 코네일의 길과 던바튼 광장은 바로 기억났습니다.

캐릭터의 장비보다 마을의 위치가 먼저 떠오른다는 점이 묘했습니다. 예전에 자주 앉아 있던 곳을 다시 지나가니 당시 함께하던 사람들까지 생각났습니다.

한동안은 새로운 콘텐츠를 찾지 않고 예전에 다니던 길만 돌아봤습니다. 은행을 열어 창고를 확인하고, 오래된 악기를 꺼내 연주하고, 필요하지도 않은 재료를 다시 모았습니다.

복귀 첫날부터 빠르게 따라잡아야 한다는 압박이 없었습니다.

마비노기는 잠깐 쉬었다고 해서 그동안의 기억까지 사라지는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예전에 하던 일을 그대로 이어가도 되고, 완전히 다른 생활을 시작해도 됐습니다.

전투가 싫은 날에도 접속할 이유가 있었습니다

마비노기가 오래 질리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전투 이외의 선택지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싸우기 싫은 날에는 생활 스킬을 올렸고, 단순한 반복이 필요할 때는 재료를 모았습니다. 여유가 있으면 교역을 했고, 아무것도 하기 싫으면 마을에서 다른 이용자들의 옷과 연주를 구경했습니다.

특히 음악은 생각보다 오래 붙잡게 만든 콘텐츠였습니다.

처음에는 아무 곡이나 연주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직접 악보를 찾고 여러 악기를 맞춰보니 같은 곡도 느낌이 달랐습니다. 친구와 박자가 어긋나 연주가 엉망이 된 적도 있었지만, 제대로 맞았을 때는 던전을 클리어한 것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의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능력치만 보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옷인데도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는 이유로 며칠씩 고민했습니다. 장비 성능보다 염색 색상을 정하는 데 더 오래 걸린 날도 있었습니다.

이 게임에서는 이런 행동이 옆길로 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전투, 생활, 음악, 교역, 의상 중 어느 하나만 해도 나름의 플레이가 됐습니다. 매일 같은 콘텐츠를 반복하지 않아도 되니 오래 접속해도 숨이 덜 막혔습니다.

지금 시작하는 사람에게 먼저 말해주고 싶은 것

마비노기는 정보가 많아서 처음부터 전부 이해하려고 하면 오히려 지칩니다. 저도 복귀했을 때 공략을 여러 개 띄워놓고 공부부터 하다가 게임을 끈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도움이 됐던 방법은 훨씬 단순했습니다.

먼저 처음부터 모든 스킬을 올리려 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전투 하나와 관심 있는 생활 하나 정도만 정하면 됩니다. 검을 쓰면서 요리를 해도 되고, 마법을 배우면서 음악을 해도 됩니다. 효율만 보고 하기 싫은 스킬을 계속 잡으면 금방 피곤해집니다.

두 번째로 가방과 은행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복귀 유저라면 특히 중요합니다. 용도를 모르는 재료를 전부 들고 다니면 필요한 물건을 찾는 것부터 일이 됩니다. 당장 사용할 것, 거래할 것, 잘 모르는 것을 나눠 보관하니 플레이가 훨씬 편해졌습니다.

세 번째는 메인 이야기를 너무 빨리 밀지 않는 것입니다.
마비노기의 이야기는 등장인물과 지역을 천천히 기억하면서 진행할 때 더 재미있었습니다. 대사를 모두 넘기고 보상만 받으면 나중에 인물 관계가 헷갈렸습니다.

네 번째는 처음부터 비싼 장비를 맞추지 않는 것입니다.
어떤 전투 방식이 손에 맞는지 확인하기 전에는 기본 장비로 충분했습니다. 남들이 좋다는 무기를 샀다가 조작이 맞지 않아 다시 바꾼 적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너무 어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래된 게임이라 초보자에게는 당연한 용어도 낯설 수 있습니다. 혼자 검색하다 막힌 내용을 게임 안에서 물어보니 의외로 자세히 알려주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오래된 게임인데도 다시 추천하게 되는 이유

마비노기는 최신 게임처럼 모든 부분이 빠르고 매끄럽지는 않습니다.

처음에는 오래된 화면 구성과 복잡한 시스템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오래 플레이한 이용자와 신규 이용자의 차이도 작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시작할 만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남들과 같은 속도로 달릴 필요가 없고, 전투가 막혀도 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캐릭터를 강하게 만드는 것 외에도 옷을 맞추고, 악기를 연주하고, 물건을 만들고, 마을을 돌아다니는 시간이 모두 기록으로 남습니다.

무엇보다 복귀했을 때 돌아갈 장소가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새로운 콘텐츠를 바로 따라가지 못해도 예전에 좋아했던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며칠 동안 열심히 하다가 쉬어도 되고, 어느 날 생각나면 다시 접속해 마을 한 바퀴만 돌아도 됐습니다.

그래서 마비노기를 오래 사랑받은 게임이라고 부를 때, 단순히 서비스 기간만 긴 게임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다른 추억을 쌓을 여지를 오랫동안 남겨둔 게임에 더 가깝습니다.

저에게 마비노기는 매일 해야 하는 게임이 아니라, 가끔 돌아가도 어색하지 않은 오래된 동네입니다.

새로운 게임의 속도가 부담스럽거나 전투 외에도 할 일이 많은 온라인게임을 찾고 있다면, 지금 시작해도 충분히 자기만의 재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오랜만에 접속해도 길부터 기억나는 장수 게임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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