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 챌린지] [메이플스토리] 부분 유료화가 돈 받고 재미를 파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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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 챌린지] [메이플스토리] 부분 유료화가 돈 받고 재미를 파는 법

[넥슨 피크 포스트 챌린지 참여 중]

 

 이전 글에서 넥슨 피크 측에서 블로그에 챌린지 참여를 권유하는 댓글을 남겨주셨다. 댓글을 보며 “오, 이런 게 있네?” 싶었고, 마침 언젠가 메이플스토리를 주제로 글을 한 번 써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참이라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메이플스토리는 오래 서비스된 게임인 만큼 수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최근 몇 년간의 변화를 지켜보며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다. 바로 ‘유저에게 무엇을 판매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 하이마운틴도 나오기 전 끄적였던 구조도

그냥 한 번 끄적여 본 메이플스토리 구조도. 틀린 부분도 많지만, 부분 유료화 게임의 실체를 느끼기엔 충분했다...

 

 예전에 에픽 던전이라는 개념이 처음 쇼케이스에서 공개되던 시절, ‘메이플스토리는 대체 어떤 구조로 굴러가는 게임일까?’라는 생각에 게임의 성장 구조를 나름대로 정리해본 적이 있었다.

 

지금 다시 보면 꽤 번잡하고, 정확하지 않은 부분도 많다. 그럼에도 이 그림을 다시 꺼낸 이유는 하나다. 과거의 메이플스토리와 현재의 메이플스토리가 플레이어에게 재미를 제공하는 방식이 상당히 달라졌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과거: 돈을 쓰거나, 많은 시간을 쓰거나

 과거 메이플스토리의 성장 구조는 상당히 단순했다. 하루 종일 사냥하며 비효율적으로 메소를 모으거나, 과금을 통해 메소를 마련하고 다른 플레이어가 만든 상위 아이템을 구매하는 방식이었다. 직접 아이템을 제작하고 강화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율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미 완성된 아이템을 거래를 통해 구매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문제는 그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한 메소를 마련하는 과정이었다. 과금을 하지 않는다면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 했고, 반대로 시간을 단축하고 싶다면 과금을 해야 했다. 결국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시간을 지불할 것인가, 돈을 지불할 것인가’라는 선택지가 성장 구조의 중심에 가까웠다. 이 때문에 일정 구간 이상부터는 과금 없이 게임의 성장 재미를 온전히 경험하기 쉽지 않았다.


과거: 과금을 해도 그만큼의 재미를 살 수 없는 구조

 그렇다고 과금을 하면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당시의 과금 방식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과금을 통해 성장할 경우, 좋은 아이템을 한 번에 구매해 전투력을 큰 폭으로 올리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에픽 둘둘 수준의 장비로 스우와 데미안을 공략하던 플레이어가 어느 날 “이제 메이플을 제대로 해봐야겠다”고 생각해 쌍레 무보엠과 좋은 장비들을 한 번에 구매했다고 해보자. 플레이어의 전투력은 단숨에 크게 상승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원래라면 루시드나 윌 같은 다음 보스를 목표로 조금씩 스펙을 올리고, 패턴을 익히고, 여러 번 실패한 끝에 결국 격파했을 때 느껴야 할 성취감까지 상당 부분 함께 사라진다는 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메이플스토리에서 ‘도전의 재미’는 단순히 높은 숫자를 만드는 데서 발생하지 않는다. 상위 보스를 목표로 조금씩 강해지고, 동시에 플레이어 역시 패턴에 익숙해지며, 캐릭터의 성장과 플레이어의 숙련도가 함께 올라간 끝에 보스를 격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과금을 통해 좋은 아이템을 한 번에 구매하면 이 과정이 통째로 압축된다. 돈을 지불해 강해졌지만, 정작 그 강함을 활용해 즐길 수 있었던 중간 단계의 콘텐츠와 도전은 건너뛰게 되는 것이다. 즉, 과거의 메이플스토리는 과금을 많이 한다고 해서 그 금액에 비례해 더 많은 재미를 구매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었다.


현재: 단순히 ‘효율 좋은 보상’이 아니라 양질의 플레이 경험을 판매하는 방향

 넥슨 피크 챌린지라는 태그를 달아놓고 앞부분에서 과거의 메이플스토리를 길게 비판한 이유는 바로 이 부분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였다. 최근 메이플스토리의 방향성이 꽤 마음에 든다. 현재의 메이플스토리는 부분 유료화 게임의 장점을 활용하면서도, 패키지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돈을 받고 양질의 재미와 경험을 제공한다’는 방식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기존 과금 방식의 핵심 문제는, 돈을 쓰면 캐릭터가 너무 빠르게 강해져 중간 콘텐츠의 재미까지 함께 스킵된다는 점이었다.

 

 최근 메이플스토리는 패스형 BM과 각종 성장 이벤트를 통해 이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하려 한다.여기서 내가 특히 주목한 것은 단순한 보상의 양이 아니라 보상과 콘텐츠의 밸런싱이다. 일반적인 패스형 BM은 ‘꾸준히 플레이하면 좋은 아이템을 준다.’와 같은 구조를 지닌다. 물론 이것도 충분히 유효한 방식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패스는 플레이어의 실제 흥미 곡선과는 별개로, 얼마나 많은 보상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제공하느냐에 집중한다.

 

 반면 최근 메이플스토리의 성장 설계는 아이템 버닝, 챌린저스 버프, 패스 보상 등 여러 성장 장치를 함께 엮으며 조금 다른 목표를 향한다. “이 시점에 이 보스를 잡았다면, 다음 보스를 트라이하기에 적절한 만큼 성장시켜주겠다.” 혹은 “이 레벨에 도달했을 때 다음 콘텐츠를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시켜주겠다.” 라는 식이다.

 

 실제 플레이 경험에서도 새로운 보스를 처음 마주할 때마다 캐릭터가 지나치게 강하지도, 그렇다고 터무니없이 약하지도 않은 상태에 위치하도록 상당히 세밀하게 성장 구간을 설계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패스를 구매하고 이벤트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일정한 성장 곡선을 경험하게 되고, 각 구간마다 새로운 보스를 적절한 난이도로 공략하게 된다. 즉, 패스가 단순히 ‘가성비 좋은 아이템 묶음’이 아니라 하나의 잘 조율된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는 장치로 기능하기 시작한 것이다.


 돈 이야기, BM 이야기를 꽤 많이 했지만 내가 이 부분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이만큼의 돈을 받으면, 그만큼의 재미를 제공하겠다’는 구조는 게임을 포함한 콘텐츠 산업에서 꽤나 건강한 형태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본래 저작물 산업은 새로운 경험, 감정, 재미와 같은 가치를 만들어내고 그 대가를 받는 구조다. 그런데 부분 유료화 게임의 BM이 오랫동안 부정적인 시선을 받아온 이유는, 새로운 경험이나 재미 자체보다는 인간의 중독성과 경쟁 심리를 활용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많이 사용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랜덤 요소가 만들어내는 중독성, 다른 사람보다 조금이라도 더 강해지고 싶은 욕망, 혹은 남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과시욕 등이 BM의 핵심 동기가 되곤 했었다. 이러한 요소들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욕망을 반복적으로 자극하며 소비를 유도했고, 그 가격 역시 지나치게 높아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부분 유료화 BM 자체가 위험하고 경계해야 할 요소처럼 받아들여지게 된 면도 있다고 본다.

 

 그런 관점에서 최근 메이플스토리의 시도는 꽤 흥미롭다. 단순히 성장 수치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적절한 성장 속도와 콘텐츠 도전 경험 자체를 상품의 일부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패키지 게임과 부분 유료화 게임은 오랫동안 서로 전혀 다른 방식으로 돈을 벌어왔다. 전자가 새로운 콘텐츠와 경험을 판매했다면, 후자는 반복 플레이와 성장 욕구를 수익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최근 메이플스토리의 변화는 이 둘 사이의 접점을 보여주는 시도처럼 느껴진다. 부분 유료화라는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서 플레이어가 지불한 비용만큼 더 좋은 플레이 경험을 설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현재: 시즌 보스를 통해 매번 새로운 ‘도전의 재미’를 제공하는 방향

 이전 챌린저스 시즌의 보스 ‘카이’를 시작으로, 메이플스토리는 방학 시즌마다 플레이어에게 새로운 도전거리를 제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소울라이크 게임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나는 새로운 DLC가 나왔을 때 ‘돈을 내고 새로운 필드와 새로운 보스, 새로운 전투 경험을 산다’는 감각에 익숙하다. 그런 관점에서 최근 메이플스토리의 시즌 콘텐츠 방향 역시 상당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챌린저스 서버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성장하고 경쟁하는 재미가 있고, 동시에 매 시즌 새로운 보스와 새로운 전투 경험이 등장한다.

부분 유료화 게임에서만 만들 수 있는 장기 성장과 경쟁의 재미 위에, 패키지 게임처럼 새로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구조가 결합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여기서 조금 사담을 덧붙이자면, 카이도 그렇고 대적자도 그렇고 메이린도 그렇고 요즘 메이플스토리의 보스 전투 설계가 꽤 재미있어졌다. ‘메이플팀에 유능한 전투 기획자분이 들어오신 게 아닐까?ㅋㅋㅋ’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메이플스토리를 알게 된 지 꽤 오래됐지만, 과거에는 보스를 잡으면서 ‘전투 그 자체가 재미있다’고 느낀 경우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보스들은 전투 중 플레이어에게 유의미한 선택지를 계속해서 요구한다. 공격을 더 이어갈 것인지, 안전하게 빠질 것인지. 특정 패턴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딜을 넣을 것인지, 다음 기회를 기다릴 것인지. 이런 선택마다 리스크와 리턴이 존재하고, 플레이어가 자신의 판단으로 전투 흐름을 만들어갈 여지가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 결국 시즌 보스는 단순히 새로운 보상 획득처가 아니라 ‘이번 시즌에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하나의 전투 콘텐츠가 된다. 그리고 이는 앞에서 계속 이야기했던 ‘돈을 받고 재미를 제공한다’는 방향성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결론

 한국 게임은 부분 유료화 모델에 있어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오랜 시간 다양한 시도와 발전을 거쳐왔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그 발전의 상당 부분이 사람의 심리적 약점을 활용하는 방향, 이른바 ‘맹독성 BM’을 고도화하는 과정에 가까웠다는 인상을 받아왔다. 그래서 부분 유료화 게임의 발전을 바라보면서도 한편으로는 부정적인 감정이 항상 함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최근 메이플스토리가 보여주고 있는 방향은 꽤 반갑다.단순히 더 강한 아이템을 판매하거나 더 빠른 성장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플레이어가 일정한 성장 곡선을 따라가며 적절한 난이도의 콘텐츠를 경험하도록 설계하고, 새로운 보스와 도전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것을 판매하느냐’가 아니라 ‘플레이어가 돈을 지불한 만큼 얼마나 좋은 경험을 얻을 수 있느냐’라고 생각한다.

 

 최근 메이플스토리는 부분 유료화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이 질문에 꽤 괜찮은 답을 찾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앞으로도 단순히 BM을 발전시키는 것을 넘어, 그 BM이 게임의 재미와 맞물려 플레이어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의 시도가 더 많이 이어졌으면 한다. 부분 유료화 게임에서도 충분히 ‘돈을 받고 재미를 판다’는 당연하지만 어려운 원칙이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을, 앞으로의 메이플스토리가 계속 보여주길 기대해본다.